4·7 재·보궐선거가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가운데 여권 핵심 지지 기반인 2030세대의 이탈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달 발표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청년층 대출규제 완화책'이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입니다.
청년층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10%포인트(p) 추가 완화해 대출금액을 담보액의 최대 70%까지 늘려주고, 더 많은 사람이 대출 혜택을 받도록 소득기준을 낮추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습니다.
8일 금융당국 관계자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이번 대책은 금융기관별로 적용 중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차주별(40%)로 적용을 강화해 대출총량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으로 다뤄집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늘어난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다. 또 이와 함께 청년·무주택자에 대한 LTV, DSR 규제 완화 방안도 다뤄질 전망입니다.
청년 대출규제 완화의 경우 '가계대출 총량 관리'라는 정책의 대원칙과 방향성이 다르고, 자칫 부동산 시장 과열을 촉발할 수도 있어 보수적으로 검토되고 있었습니다. 금융위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실무 담당자들이 규제 완화 수준과 적용 대상을 놓고 장기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쉽게 답을 찾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여권 핵심 지지층인 2030세대의 표 이탈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정부로서는 젊은 층의 민심 이반을 달래기 위한 강력한 규제 완화를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거 출구조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당선인은 20대, 30대에서 각각 55.3%, 56.5%의 지지를 얻어 34.1%, 38.7%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섰다. 집값 급등과 취업난에 따른 절망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도;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당과 정부로서는 이번 선거에서 무엇보다 믿어왔던 젊은 층의 변심이 아프게 느껴질 것"이라며 "다음 대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민심을 달래기 위한 쇄신책들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젊은 층이 대출규제로 인해 내 집 마련 기회가 막히지 않도록 청년·무주택자의 LTV 가산율을 최대 10%p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또 최근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집값이 많이 오른 것을 고려해 무주택자가 LTV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소득·집값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함께 준비 중입니다.
규제 완화 세부안을 놓고 관계부처와 협의 과정에서 가계대출 총량 관리의 필요성과 집값 상승 우려 등이 제기되면서 LTV 가산율을 10%p보다 낮추거나, 가산율은 그대로 두고 소득 기준만을 낮추는 등 보수적인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민심 수습이 시급해진 만큼 적극적인 규제 완화책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입니다.
현재도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청년 무주택자에게는 LTV를 10%p 가산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는 LTV 40%→50%, 조정대상지역은 50%→60%로 완화해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집값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선 6억원 이하, 조정대상지역은 5억원 이하여야 하고, 부부합산 연 소득이 8000만원 이하(생애최초 구입자 9000만원 이하)여야 우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대책에서 LTV가 10%p 더 완화되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는 LTV 60%까지, 조정대상지역은 LTV 70%까지 우대 받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5억원짜리 집을 구입하면 최대 3억원에서 3억5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는 의미다. 여기에 소득·집값 기준을 낮추면 대출 대상자는 더 늘어납니다.
금융위는 DSR을 산정할 때 청년층에 유리하게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현재 소득이 적지만 향후 상환 능력이 있는 청년층을 위해 미래소득까지 고려해 DSR을 산정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재 소득 기준과 비교해 대출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금융위는 당초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지난달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태에 따른 비주택담보대출 규제안까지 다루게 되면서 발표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늦어도 이달 안에는 가계부채관리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입니다.
금융권 안팎에선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가 당장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 발표할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선이 1년 남짓 남은 만큼 정부와 여당이 청년층 민심을 되돌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발표 예정이었던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주택시장 과열 억제를 위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기관이 아닌 개인별로 적용하고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원리금 분할 상환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LH(한국토지주택공사)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나오면서 토지 담보대출 규제 등의 변수가 더해져 일정이 미뤄졌습니다.
그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3월 말 장기무주택자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SR 상향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현재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무주택자는 LTV와 DSR을 10% 포인트 우대해 주고 있는데, 대상과 혜택을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시점은 6월께로 못박았습니다.
금융위원회도 무주택 실수요자의 대출 규제 완화엔 공감하고 있습니다. 가계대출 총량이 1000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대출 안정화에 고민이 깊지만, 청년층 주거 사다리를 제공하는 차원에선 일부 규제 완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모습입니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1일 은행권 CEO 간담회 직후 “가계대출은 놔두면 폭탄이 될 수 있으니 가계대출 안정화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도 “청년층과 무주택자를 위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습니다”고 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 규제 완화 언급이 이어지면서, 그 동안 가계대출을 줄이는데 적극적이었던 정부의 정책 기조가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재건축 기대심리가 집값을 자극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책임은 되레 정부에 집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년층과 무주택자 대출규제 완화가 집값의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여지를 최소화 할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개각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정부 부처간 이견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거 이후로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가 미뤄지면서, 선거 결과에 따른 정치권 압박이 있을 것”이라며 “금융위가 가계부채 총량은 관리하면서 주택 실수요자들의 자금난은 덜어줄 묘안을 내놔야할 것”이라고 내다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