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업무를 담당한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가 29일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죄가 성립되기 어렵습니다."는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윤 총장에 대한 수사 의뢰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삭제됐다고 양심선언 했습니다.. 이 검사는 지난 17일 대검을 찾아 윤 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 조사를 요청한 평검사 2명 중 한 명이다. 윤 총장 감찰 조사에 참여한 평검사가 직접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의 문제점을 밝힌 글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됩니다..
“검사 생활 20년 만에 내부에서 이런 양심선언이 나오는 건 처음 봤다”(22년 경력 검찰 간부)
“박근혜 정부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외압 의혹을 폭로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같았다”(15년 검사 경력의 변호사)
휴일인 지난 29일 오후 2시에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된 평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에 대검찰청 사찰 의혹 문건을 법리적으로 검토한 결과 죄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폭로한 글을 올리자 이같은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날 현직 검사들의 모임에서도 이정화(41·사법연수원 36기) 검사의 글이 단연 화제였다고 합니다.
.
.
이 검사는 이날 오후 2시께 검찰 내부망에 "파견 명령을 받았을 때 감찰담당관실에서 해야 하는 업무의 성격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며 "그래도 이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법률가의 입장에서 정확하게 사건을 보고 어느 곳으로도 치우침이 없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리를 검토하면 법적으로 올바른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시작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검사는 해당 문건 작성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 결정이 내려졌다고 했습니다.. 이 검사는 "지난 24일 문건의 작성 경위를 알고 있는 분과 처음으로 접촉을 시도했고, 그 직후 갑작스럽게 총장님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 결정이 내려졌다"고 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4일 오후 6시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와 징계 청구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이 검사는 "성상욱 (고양지청) 부장님이 검사 게시판에 올린 글을 읽어보았는데,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 부분만 제 추정과 달랐고 대부분의 내용이 일치했습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성 부장은 윤 총장의 판사 사찰 의혹을 제기한 시점인 지난 2월 대검찰청 수사정보2담당관으로 재직했습니다.. 그는 지난 25일 검찰 내부망에 "자료 작성은 컴퓨터 앞에 앉아 법조인 대관과 언론 기사, 포털 사이트와 구글을 통해 검색한 자료를 토대로 했고, 공판 검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화로 문의했습니다."며 "마치 미행이나 뒷조사로 해당 자료를 만든 것처럼 오해되고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글을 썼습니다.
이 검사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사유 중 가장 논란이 되는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에 대해서 본인이 법리 검토를 담당했습니다.고 털어놨다. 이 검사는 "문건을 접수하고 처음으로 법리 검토를 시작해 그 후 한 차례 수정할 때까지 감찰담당관실에서 확인한 내용은 문건의 전달 경로가 유일했습니다."며 "문건에 기재된 내용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여부에 대해 판시한 다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죄가 성립되기 어렵습니다.는 결론을 내렸고, 감찰담당관실에 있는 검사들도 제 결론과 다르지 않아 그대로 기록에 편철했습니다."고 밝혔다.
.
30일 오후 2시 현재 이 검사가 올린 글에 응원 댓글을 단 검사들은 250여명입니다.
이정화 검사 글 게시 하루 만에 250여개 응원 댓글
이 검사는 지난 17일 윤석열 총장을 직접 조사하기 위해 밀봉된 법무부 공문을 들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찾은 평검사 2명 중 1명이다. 당시에는 친정부 인사로 분류 받는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의 지시를 받고 윤 총장을 몰아내는 데 활용됐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12일 만에 이 검사가 스스로 “총장에 대한 수사의뢰 결정은 합리적인 법리적 검토 결과를 토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작성한 보고서가 아무런 합리적 설명 없이 삭제됐다”고 폭로함에 따라 검찰 내에서는 양심적인 내부 고발자로 보호해야 합니다.는 움직임이 생겼습니다.
이정화 검사는 차분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성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 남부지검 근무 당시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를 허위 공격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을 구속해 실형까지 받게 한 주임 검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정부에서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파견된 경력도 있습니다.
.
현재 소속은 대전지검으로, 파견 당시 박은정 감찰관의 남편인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이 직접 전화를 했습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검찰 내부통신망에는 “상의 없이 일선 검사를 차출합니다.”는 항의성 글이 올라왔다. “형사부장이 인사를 그런 식으로 다루는 건 ‘박근혜 정부의 최모씨 인사농단’ 느낌이 든다”고 꼬집는 검사도 있었습니다.
이정화 검사가 폭로한 내용을 보다 자세히 확인하려는 움직임도 나옵니다.
이 검사가 작성한 보고서가 실제 감찰관실에 있는지와 총장 직무배제가 발표된 지난 24일 이 검사가 확인하려 했던 정보가 무엇인지 알아보려는 것입니다.
검사들 실제 행동으로 이정화 검사 지키기 움직임
이 검사의 폭로 글 중 “24일 오후 5시 40분쯤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 경위를 알고 있는 분과 처음으로 접촉했습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검증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검찰 안팎에서는 당시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과정에서 판사 정보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로 유출됐으니 윤 총장에 대한 혐의가 성립됩니다.”며 이 검사를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같은 논란은 해당 사건 수사를 맡았던 단성한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1팀장이 지난 29일 내부 통신망에 “법관 리스트를 대검은 물론 다른 어떤 부서에도 제공·공유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박은정 담당관은 이날 윤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효력 집행정지 심문 후 취재진에 법무부가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 압수수색을 지휘했습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습니다.. 법무부의 감찰보고서 중 윤 총장에 대한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보고서에서 일방적으로 삭제됐다는 이정화 검사의 주장을 묻는 말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법무부 감찰관실 소속 검사들은 이날 이번 감찰을 주도한 박은정 감찰담당관에게 “감찰 기록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전날 법무부는 이 검사 주장에 “기록이 삭제된 것은 없다”며 반박했지만, 법무부 내부에선 “(윤 총장에 대한) 수사 의뢰를 할 당시 보고서엔 이 검사가 ‘죄가 되기 어렵습니다.’고 쓴 부분이 빠져 있었다”는 말이 계속 돌았었는데 이를 확인하겠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