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유튜브가 "허버허버"라는 자막을 쓴 영상에 비판이 제기되자 해당 영상을 내렸습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선 ‘허버허버’라는 인터넷 유행어가 남성에 대한 비하 표현인지를 놓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이 단어는 어원이 불명확하지만, ‘음식 따위를 급하게 먹는 모습’을 뜻하는 말로 최근 들어 자주 쓰입니다. 그런데 일부 남성 네티즌들은 이것이 음식을 게걸스레 먹는 남자를 뜻하는 ‘남성 혐오’ 표현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대공원 유튜브는 한 영상에 "허버허버"라는 자막을 쓴 영상을 올렸습니다. 서울대공원은 '킹카쥬'가 음식을 먹는 장면에 "허버허버"라는 자막을 썼다. 이후 일부 누리꾼들이 허버허버를 썼다며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허버허버"가 남성을 혐오하는 단어라고 지적했습니다.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는 남성을 표현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다른 영상에 "비공개하고 가만히 있으면 될 거 같냐?", "혐오 표현은 쓰고 싶고 그에 대한 비판은 듣기 싫었냐?", "계속 모르는 척 그 표현 쓰면 논란 없이 어물쩍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냐?"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에 서울대공원 측은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여파로 유튜브에서 ‘허버허버’라는 단어를 사용한 한 유튜버는 거센 비판을 받은 뒤 사과 영상을 올렸고, 이 단어가 쓰인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같은 시비가 일면서 서비스가 중지되었습니다.
인기 유튜버 고기남자는 지난 13일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의 사과 영상을 올렸습니다. 작년 6월 제작한 먹방 콘텐츠에서 고기를 먹는 모습을 연출하며 ‘허버허버’라는 자막을 사용한 것에 대한 사과였습니다.
그는 “제가 허겁지겁 먹는 걸 나름 위트 있게 표현한다고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나온 단어를 쓴 것”이라며 “전 절대 페미니스트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웹툰 작가들이 만든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허버허버’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을 놓고 남성 비하 표현 시비가 제기되면서 서비스 중지조치 되었습니다.
카카오는 15일 “해당 작품의 작가로부터 말씀 주신 의도가 아닌 것으로 확인했습니다”면서도 “언어의 시대상을 반영해 작가 혹은 제작사와의 협의를 통해 해당 상품의 판매 종료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고 했습니다.
허버허버’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표준어는 아닙니다.구글 트렌드를 보면, 이 단어는 올해 2월 이후부터 사용 빈도수가 급격히 늘어난 신조어입니다. 이 단어를 쓰는 네티즌들의 사용례를 살펴보면 ‘배고파서 허버허버 먹었다’ ‘이사할 집을 허버허버 구했습니다’ ‘자기소개서를 허버허버 써냈다 입니다.
’'조급한 마음으로 몹시 허둥거리는 모양'을 가리키는 부사인 ‘허겁지겁’과 뜻이 유사합니다.
어문 규범과 어법 등에 대한 문의가 올라오면 답변해주는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에도 이 단어에 대한 어원을 묻는 질문이 올라온 바 있습니다.
당시 국립국어원 측은 “어원 정보가 없어 안내가 어렵다. 방언의 쓰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말샘과 지역어 종합 정보에서 ‘허버’를 찾아보았으나, 그 쓰임을 찾지 못하였습니다”고 했습니다.
과거 "허버허버"를 자막으로 썼다가 사과문을 올린 유튜버가 있었다. 유튜버 '고기남자'도 영상에 "허버허버"를 자막으로 넣은 후 해당 자막을 지적하는 이와 댓글 설전을 벌이다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네티즌 사이에선 쭉빵카페라는 여초(女超)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이 남자친구의 게걸스러운 모습을 비난하며 “메기마냥 급하게 허버허버 먹는다”고 쓴 것이 이 유행어의 기원이라는 설이 돕니다. 이 외에도 ‘굉장하다’는 뜻의 전라도 방언인 ‘허벌나다’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해석, ‘빨리빨리’라는 의미의 영단어 ‘hubba-hubba’를 한글로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남초(男超)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허버허버’가 남성 비하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여초 커뮤니티에서 사용하기 시작된 단어로써 음식을 게걸스레 먹는 한국 남자를 폄하할 때 사용하는 혐오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2월 방송된 MBC ‘나혼자 산다’에서 웹툰 작가 기안84가 직접 요리를 해 음식을 먹는 모습과 함께 ‘앗 뜨거 허버허버’라는 자막이 쓰였는데, 일부 네티즌들은 “남혐 용어인데” “자막단 편집자가 페미니스트”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불분명한 어원을 가진 인터넷 신조어인데 ‘남성 혐오’ 표현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최근에 이 단어 해석을 두고 남성 혐오 시비가 떠오르기 전까지는, 특정 성별과 관계 없는 온라인 상에서 흔히 쓰였던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위근우는 카카오가 ‘허버허버’ 표현이 담긴 이모티콘 서비스를 중지한 것을 놓고 “근거가 명확하지도 않은 남성들의 주장을 굴지의 IT 기업이 바로 주워먹는 모습”이라고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