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기업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문서상 회사) 기업과 합병해 코스닥에 상장하는 기업 주가가 상장 당일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합병상장이 결정된 후 스팩주에 투자할 땐 기업의 성장성도 같이 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스팩기업과 코스닥 시장에 합병상장한 원바이오젠과 현대무벡스, 제이시스메디칼 등 기업 세 곳은 모두 상장 첫날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이중 두 곳은 10~20%대의 높은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월 9일 교보8호스팩과 합병상장한 원바이오젠은 전일에 비해 21.76% 하락했습니다. 지난 3월 12일에 NH14호스팩과 합병상장한 현대무벡스의 상장 첫날 주가도 전 거래일보다 12.90% 하락한 채 마감되었습니다.
가장 최근 스팩합병상장을 한 제이시스메디칼 주가도 떨어졌다. 유안타제3호스팩과 합병상장한 제이시스메디칼은 상장 첫날인 지난 3월 31일 4.42%(185원) 내려간 4005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합병상장사의 상장일 주가가 급락한 사례는 올해만이 아니다. 지난해 스팩기업과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17개 기업 중 15개사가 상장 당일 하락 마감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올해 1·4분기까지 합병상장한 기업 90%는 첫날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한 셈입니다.
일각에선 상장 전 스팩주 가치를 곧 합병 기업의 가치로 봐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병 소식이 전해지면 스팩기업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지만 기업인수가 끝나면 빠져나가는 투자자들도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상장 전 '유령회사'의 주가가 상장 후 실체가 있는 기업 주가보다 높은 웃지 못할 현상도 벌어졌습니다.
실제 지난해 7월 초 합병상장을 통해 현재 덴티스가 된 하나금융9호스팩은 상장 직전인 6월 22일 3105원에 거래를 마치며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합병상장 첫날 덴티스는 16.86% 급락했습니다.
덴티스는 상장 9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상장 전 스팩주 최고가를 경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손세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인수 목적인) 스팩 특성상 기존 스팩 주주 중엔 기업이 상장을 하면 팔려는 투자자도 있다"며 "그 물량들이 바로 나오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한 법인 일부가 첫날 급등 이후 내려가는 것처럼 합병 과정에서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면 주가가 부진할 수 있다"며 "합병결정이 난 뒤에 투자할 땐 합병 회사의 성장성도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기업에 대해 일반 기업공개(IPO)와 동일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미국 금융당국의 경고가 나왔다. 묻지마 투자 광풍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스팩 상장에 심각한 제동이 걸릴 전망입니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존 코츠(John Coates) 이사는 최근 성명을 통해 “스팩 열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스팩이 스타트업들을 어떻게 상장시키는지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스팩 거래에 대해 IPO와 동일한 조사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코츠 이사는 스팩 붐이 상장 준비가 안된 스타트업들을 마구잡이로 시장에 끌어들이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그는 “스팩 상장사에 대해 일반 IPO와 달리 번거로운 조사를 받지도 않게하고, 다른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스팩이 져야할 책임을 덜어주는 게 오히려 심각하게 잘못된 투자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스팩은 투자자를 모집해 상장한 뒤, 비상장사를 인수·합병(M&A)할 목적으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다. 발행주식을 공모한 후 다른 기업과의 합병이 유일한 사업목적인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 때 스타트업들을 키우기 위해 장려하면서 스팩 붐이 크게 일었다. 특히 유명 투자자와 연예인, 스포츠인들까지 스팩을 결성하고 유망 스타트업을 상장시키면서 자본시장에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미국 SEC가 우려하는 것은 정보에 취약한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다. 전기차 업체들을 포함해 스타트업들은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하면서 몇 년 안에 수십억달러의 연매출을 달성하겠다고 호언하고 있습니다.
일반 IPO는 향후 수익 전망을 숫자로 명기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스팩은 위험 경고 문구가 포함돼 있으면 숫자를 밝혀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현혹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WSJ은 최근 스팩을 통해 상장한 회사를 보면 적어도 5개사 정도는 현재 수익이 없음에도 7년 이내에 연간 100억달러의 수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습니다고 지적했습니다. WSJ의 리서치회사인 모닝스타의 데이터에 의하면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알파벳의 구글은 8년 만에 이에 도달했습니다.
SEC는 지난달에도 홈페이지를 통해 “유명인이 관여했습니다고 해서 해당 스팩에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경고한 바 있습니다.
미 당국의 규제 강화 조짐에 대해 스팩 지지자와 투자가들은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를 막고 소액 투자자들의 투자 기회를 제한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스팩 상장사의 수익 전망 공개도 투자자들에게 사업 약속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옹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