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최근 월북한 탈북민 김모(24)씨가 인천 강화도 일대에서 북한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27일 밝혔다.
국방부 정례브리핑에 따르면 김씨는 철책이 아닌 강화도 일대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헤엄쳐 북측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군은 관계 기관과 공조 하에 해당 인원이 월북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를 강화도 일대로 특정했다”고 발표했다. 김준락 실장은 “해당 인원을 특정할 수 있는 유기된 가방을 발견하고 확인했으며 현재 정밀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군 당국은 김씨가 직접 철책을 뚫진 않고 철책 아래 배수로를 통해 북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군 당국의 설명에 의하면 철책 자체엔 과학화 경계장비가 설치돼있으나 배수로는 감시망을 피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국방부는 김씨가 인천 강화군 교동도나 경기 김포시 등을 통해 월북했을 가능성도 염두했으나 김씨 소유로 추정되는 가방이 발견되면서 강화도가 유력한 월북 경로로 추정했다. 김씨 물품이 들어있는 가방을 강화도 북쪽 철책 배수로에서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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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9일’이라고 특정한 월북 시기에 대해서는 “기상이나 당시 여러 가지 여건 정밀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전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한 뒤 사태를 파악하고 유력한 월북자로 20대 남성 김씨를 특정해 조사 중이었다.
김씨가 월북한 경로로 추정되는 강화 교동도 인근 등 한강 하구 일대는 북한과의 최단거리가 1.3∼2.5㎞에 불과해 탈북민이 물때에 맞춰 수영해 귀순하는 사례가 발생하던 곳이다. 김씨도 2017년 탈북할 당시 한강 하구를 헤엄쳐 교동대교를 통해 탈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김씨로 추정되는 20대 탈북자가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월북했다는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탈북민 유튜버 '개성아낙'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진아씨는 26일 김씨의 월북 소식을 듣고 놀라서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월북한 김씨는 굉장히 착하고 어리바리한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개성아낙은 방송에서 같은 개성 출신으로 평소 김씨를 남동생처럼 대하며 잘 지냈고, 승용차 명의까지 김씨에게 넘겨주며 사용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가 얼마 전 억울하게 성폭행 사건에 연루됐다고 털어놔 아는 지인과 교수님을 연결해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성폭행 혐의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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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아낙은 "김씨가 5년 동안 감옥에 들어가 있어야 하고, 이미 DNA까지 검출됐다고 했다"며 "전자발찌 차는 것이 싫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김포경찰서는 지난달 중순 김포에서 성폭행 신고로 들어와 20대 탈북자를 성추행 혐의로 김씨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를 추진했다고 한다. 피의자가 피해 여성을 협박한다는 첩보를 받고 7월 중순 구속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아낙은 이어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임대아파트 보증금 1500만원을 비롯해 미래행복통장과 취업장려금 약 2000만원, 자동차를 대포차로 팔아넘긴 금액 등 약 3000~4000만원을 달러를 사전에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아낙은 지난 18일 새벽 김씨로부터 문자가 온 것을 설명하면서 "'살아서든 어디서든 갚겠다'고 해 이상한 마음에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가봤더니 이미 집을 다 뺐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18일 저녁에 김포경찰서를 찾아가 이같은 내용을 신고했지만, 경찰은 자기네 부서의 일이 아니라고만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같은 탈북자 출신의 개성아낙 김진아 씨는 "지난 19일 김포경찰서에 김씨가 달아날 것 같다고 신고했으나 경찰이 묵살했다"고 주장해 경찰의 대처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개성아낙은 이번 사건에 대해 "임지현 월북 때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지현은 지난 2014년 1월 탈북한 뒤 국내에서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방송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다 2017년 7월 다시 월북하면서 논란이 된 인물이다.
개성아낙은 "임지현도 한국에 왔을 때 대학을 가자며 함께 공부했던 친구"라며 "아마 김씨도 임지현 때와 같이 '썩어 빠진 자본주의 남조선사회에서 3년 동안 방랑하며 일자리와 직업, 돈도 없이 떠돌다 사회주의 조국에 안긴 아무개 씨로 얼굴에 언론에 도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탈북민의 사라지기 전 행적
2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브리핑에 따르면 사라진 탈북민 김모(24)씨는 지난 18일 오전 2시 20분쯤 접경지역인 인천 강화군 강화읍의 한 마을까지 택시로 이동한 뒤 하차했다.
인근 배수로 주변에서 김씨의 가방도 발견됐다. 가방 안에는 물안경과 옷가지, 통장에서 500만원을 인출한 뒤 이 중 480만원가량을 달러로 환전한 영수증 등이 담겼다.
군 당국은 김씨가 철책 밑의 이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헤엄쳐 북측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자취를 감추기 하루 전인 지난 17일 탈출 장소를 사전 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당일 지인인 탈북민 유튜버 A씨에게 빌린 K3 차량을 운전해 강화군을 찾았다가 주거지인 김포로 돌아갔다.
그날 오후 주거지 주변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마사지 업소를 들렀다. 이후 택시를 타고 강화군으로 다시 향한 뒤 사라졌다.
② 경찰, 김씨 성범죄 조사하고도 한달간 방치
김씨의 월북 추정 소식에 탈북민 관리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탈북민을 북한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정도를 주된 기준으로 삼아 가∼다의 3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대부분의 탈북민은 위협 가능성이 낮은 다 등급에 속한다.
그러나 다 등급은 물론 가·나 등급에 속하는 탈북민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리 매뉴얼은 마련돼 있지 않다.
다 등급의 경우 해당 탈북민을 관리하는 경찰서 보안과 소속 경찰관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전화나 대면 만남을 해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가·나 등급은 경찰관의 이런 확인 횟수가 보다 많은 정도다.
김씨는 다 등급에 속해 김포경찰서의 담당 경찰관이 한 달에 한 번 김 씨와 전화나 대면 만남을 가져야 했다. 하지만 그가 사라지기 직전 한 달 동안 담당 경찰관은 그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김씨는 지난달 12일 주거지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같은 달 21일 경찰 조사까지 받아 엄밀한 관리가 요구되던 상황이었다.
당시 경찰은 피해여성의 남자친구로부터 신고를 받은 즉시 병원에서 증거물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이달 4일 국과수로부터 피해여성의 몸에서 피의자의 유전자 정보(DNA)가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담당 경찰관은 김씨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이달 19일 오전 1시 1분 김씨의 지인 A씨로부터 "(김씨가) 달러를 바꿨고 북한에 넘어가면 좋겠다며 강화군 교동도를 갔다고 한다"는 제보를 받고 같은 날 오전 9시 부랴부랴 김씨에게 전화했다. 당시 김씨의 휴대전화는 꺼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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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경찰 "군 당국과 김씨 정보공유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늑장 조사라는 지적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며 "좀 더 적극적으로 행적을 추적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탈북민의 월북 가능성이라는 중대 사안에도 군 당국과 경찰 사이에는 어떠한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국방부나 국가정보원 등 관련 기관에 김씨가 사라진 사실을 통보하거나 협조를 요청했느냐고 묻자 "전혀 없다"고 답했다.
김씨가 성폭행 혐의로 조사받을 당시 구속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다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는 "성범죄 발생 당시에는 김씨의 월북 제보가 전혀 없었고 주거지도 분명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어 "이후 김씨 지인으로부터 김씨가 성범죄 피해자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과 월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제보를 각각 7월 18일과 19일에 받은 뒤 20일 출국 금지하고 21일에는 구속영장을 신청해 현재 구인장이 발부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경찰 내 합동조사단을 편성하고 성폭력 사건 수사 과정이나 월북 관련 제보에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